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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18 15:38

백담 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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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담 계곡 

평화로 가는 길 (55)

 

김승국(평화마을 화내천 대표)

 

 7월 16일 설악산 한계령 초입에 있는 ‘솔수펑이 수변광장’에서 차박을 마친 다음에 백담 계곡에 가기 위하여 백담사 가는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마침 아침 7시에 출발하는 백담사행 첫차가 대기 중이어서 승차했다. 백담사까지 아슬아슬한 일방통행로를 곡예 운전하는 운전사의 솜씨에 감탄하면서, 길옆의 우렁찬 계곡 흐름을 바라보니 짜릿한 청량감이 느껴진다.  

 

 백담사에 도착하여 첫 번째 보이는 춘성 스님 추모비가 우뚝 서 있다. 많은 일화를 남긴 춘성 스님을 여기에서 뵐 줄 생각지 못했다. 

 

 백담사의 경내로 들어가 만해 기념관 등을 돌아보았는데, 전두환이 이곳에 유배되어 묶었던 방은 찾기 어려웠다.

 

 만해 한용운 스님이 백담사에 머물면서 불교 개혁의 기치를 들었다는 글이 있다. 그런 인연 때운에 세워진 듯한 만해 기념관 안의 여러 유물 중 다음의 연설문(한국 불교를 일본에 예속시키려는 일본의 조선총독부의 방침에 따라 개최된 31 본사 주지 회의에서 한용운 선사가 한 연설문) 내용은 지금도 큰 메아리를 치고 있는 듯하다: 

“세상에서 제일 더러운 것은 무엇인지 아십니까? 제일 더러운 것을 똥이라고 하겠지요. 그런데 똥보다 더 더러운 것은 무엇일까요? 나의 경험으로는 송장 썩는 것이 똥보다 더 더럽더군요. 왜 그러냐 하면 똥 옆에서는 음식을 먹을 수가 있어도 송장 썩는 옆에서는 역하여 차마 먹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송장보다 더 더러운 것이 있으니 그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그건 삽십일(31개) 본산 주지 바로 네놈들이다!”   

 

 종교가 썩으면 종말이 다가온다. 예나 지금이나 종교의 지도자들이 썩어 송장 냄새가 난다. 송장 썩는 냄새보다 지독한 돈 냄새에 중독된 종교 지도자들이 그들먹하다. 이들을 청산해야 종말의 시간을 늦출 수 있다.

 

 이런저런 생각이 이어지며 백담 계곡을 향해 나 있는 다리를 지나는데, 다리의 좌우에 소원을 빌기 위하여 쌓은 앙증맞은 돌탑들 수백 개가 키 자랑을 하고 있다.(아래 사진)

 

기원돌탑-20220717_074230.jpg

 

 다리를 벗어나 대청봉 가는 등산길로 접어들었다. 대청봉까지 8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여 포기하고, 등산로의 첫 번째 거점인 영시암(永矢庵)까지만 가기로 했다. 

 

백담사 부근의 백담계곡-20220717_105034.jpg

(백담사 부근의 백담 계곡)

 

 마침 약간의 비가 내려 운치를 더했다. 물안개까지 짙게 드리워져 신비로운 자연미를 안겨주었다. 해발 500~560m의 약간 오르고 내리는 평탄한 산길을 걸으며 산과 길과 내가 하나임을 깨달았다.

 

영시암 가는 길과 그 옆의 백담계곡-20220717_101846.jpg

(백담 계곡 옆의 산길...이런 길을 두시간 걸으니 영시암이 보였다.)

 

길의 오른편에 백담 계곡의 계류가 힘차게 흘러내리고 있어서, 계곡 속에 난 물길을 걷는 기분이었다. 계곡의 물이 고이는 潭(담)에서는 굉음이 들렸다. 대청봉부터 백담사까지 이런 潭이 100개 있다고 하여 百潭寺라는 사찰명이 탄생했다고 한다. 

 

 꿈속 같은 산길을 두 시간가량 걸으니 영시암이 보였다. 필자가 DMZ 접경지역의 산길을 많이 걸었지만, 영시암까지 가는 길이 가장 멋졌다. 

 

영시암 전경-20220717_091455.jpg

(영시암 전경)

 

 영시암은 암자치고는 규모가 꽤 컸으며, 주변의 숲⦁巨巖(거암)과 참 잘 어울리는 사찰이었다. 영시암 주변의 봉우리가 하나의 띠처럼 옆으로 펼쳐졌는데, 짐승이 웅크려 있는 듯 새가 돌아보는 듯, 사람이 면류관을 쓰고 걷는 듯한 산세를 드러내고 있었다. 

 

 내가 여기에서 하룻밤 묵으며 영시암 뒷산에 뜬 보름달을 보면…인간과 자연이 경계가 무너져…설악산 속에 자취를 숨기고 싶은 속세 탈출의 念이 생기지 않았을까?(2022.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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