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권 탄생의 마그마(magma)-絶望死
佐藤文隆
이 글은 『現代思想』 2025년 10월호에 실린 佐藤文隆(사도우 후미다카)의 기고문 「絶望死와 좋은 일자리-트럼프 정권 탄생의 마그마(magma)」를 간추려 한국어로 옮긴 것이다.
이 글은 트럼프 정권 탄생의 배경으로 꼽히는 미국의 '절망사(Deaths of Despair)' 현상과 자본주의의 미래에 대한 논의를 다루고 있으며, 앵거스 디턴 부부의 저서와 J.D. 밴스의 회고록 등을 중심으로 설명합니다.
1. 절망사와 '좋은 일자리'의 상실: 트럼프 정권 탄생의 근원
미국 고졸 백인 중년층의 '절망사'
디턴 부부(앵거스 디턴, 앤 케이스)는 미국인의 사망률 및 질병률을 조사하던 중, 45세에서 54세 사이 백인 중년층의 사망률이 1990년대 말부터 상승하고 있다는 이례적인 데이터를 발견했습니다.
이는 의료⋅위생 발달로 스페인 독감 유행 등의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 20세기 내내 하락해 온 미국인 전체의 사망률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흑인이나 히스패닉계 등 다른 인종 집단이나 다른 선진국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현상이었습니다.
사망 원인을 분석한 결과, 심장병 등으로 인한 사망은 감소했지만, 자살, 약물 중독, 알코올성 간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증가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주로 고졸 이하 학력(대학 중퇴 포함)의 백인 중년층에서 두드러지며, 특히 약물 중독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급증했습니다.
디턴 부부는 이러한 백인 중년층의 죽음을 **'絶望死(절망사: Deaths of Despair)'**라고 명명했습니다.
절망사(絶望死)와 자본주의의 미래
디턴 부부는 이 현상을 담은 짧은 논문을 발표(2015년)함과 동시에, 이러한 사태를 초래한 원인을 자본주의 메커니즘까지 논하며 저서 **《절망사의 미국》(원제: 'Deaths of Despair and the Future of Capitalism', 2020년)**을 출간했습니다.
저서의 목표는 정치적 압력으로 왜곡된 자본주의의 재생이며, 미국의 의료 제도를 크게 왜곡된 자본주의 사례로 다루고 있습니다.
이 책은 쇠퇴하는 아메리칸 드림의 초상화를 그리고 있으며, 특히 백인 노동자 계층에게 오늘날의 미국이 붕괴된 가족과 희망이 거의 없는 땅이 되었음을 지적합니다.
대학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건강하고 부유해지는 반면, 학위가 없는 성인들은 문자 그대로 고통과 절망 속에서 죽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디턴 부부는 이 위기를 노동력 약화, 기업 권력 증대, 그리고 부유층의 주머니로 노동자 계층의 임금을 재분배하는 탐욕스러운 의료 부문의 경제 구조와 연결 짓고 있습니다.
'절망사'는 단순한 죽음이 아니라 고통과 중독, 그리고 붕괴된 삶, 의미와 기둥을 잃어버린 삶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2. 절망사와 사회 구조의 변화
사회 변모와 '절망사'의 배경
과거에는 한 회사에 오래 근무하고, 회사도 사원을 소중히 여기며, 노동조합이 사회의 중심이 되는 등 유의미한 삶의 기초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제조업의 고임금 일자리가 사라지고, 의료, 음식, 경비, 청소, 수선 등의 서비스업으로 대체되었습니다.
'절망사', 고통, 중독, 알코올, 자살, 저임금의 보잘것 없는 일자리, 감소하는 혼인율, 종교의 쇠퇴 등의 이야기는 주로 4년제 대학 학위가 없는 비(非)히스패닉 백인 미국인에게 해당됩니다.
1980년대 이후 경제 변동의 타격은 모든 노동 계층에게 공통적이었지만, 영향의 발현 방식은 달랐으며, 대학졸업하지 않고, 히스패닉이 아닌 백인에게만 '절망'을 가져왔다는 것입니다.
트럼프 현상과의 연관성
디턴 부부가 '이상한 사망률'을 공표한 이듬해인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기존의 예상을 깨고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이 예상 밖의 선거 결과의 배경으로 중년 백인 남성, 저학력, 알코올 의존증, 약물 중독, 자살 등을 키워드로 하는 '이상한 사망률' 증가를 초래한 사태를 주목했습니다.
글로벌화 경제 속에서 철강이나 자동차 등 제조업 산업 지대가 쇠퇴하여 **'러스트 벨트(Rust Belt)'**가 되었고, 저학력 백인 남성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정보 산업의 세계 제패로 미국 경제 전체는 활황이었지만, 소수의 고도 지식 및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거액의 부를 얻는 구조로 변모하여 '승자'와 '패자'의 격차가 확대되었습니다.
트럼프는 이러한 '패자' 집결에 정치적으로 호소했습니다. 그는 이들에게 "당신들은 무시당해 왔다"고 호소했습니다.
'좋은 일자리'의 상실과 절망
앵거스 디턴은 인터뷰에서 옛 광부들이 **"나는 광부다"**라고 자부심을 가졌던 것과 달리, 현대의 노동자들은 자신의 일을 물을 때 **"아마존에 있는 것뿐"**이라고 답한다는 일화를 들며 **"노동자의 자부심이 지금은 상실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노동의 약화가 바로 '절망'의 핵심 열쇠이며, 산업 구조 변화로 인한 고통이 집중된 부분에 대한 완화책을 마련하는 것은 복지 국가의 역할이라고 말합니다.
흑인이나 이민자 집단은 역사적으로 억압받고 차별받아 왔기에 '절망' 대신 '투쟁'이 시작되고 연대가 존재하지만 , 과거에 경제적으로 고소득이었고 지역 사회에서 자부심을 가졌던 제조업 및 광업의 백인 남성들은 안정된 중산 계급에서 탈락한 원인을 자기 책임으로 돌리는 관념에 빠져 연대를 잃고 '절망'이 발생합니다.
과거의 자부심에 대한 기억과 새로운 지식 산업으로의 전환 능력 부족에 시달리며, 알코올이나 약물 의존 및 자살로 사망률을 높이고 있습니다.
3. J.D. 밴스의 《힐빌리 엘레지》
'절망사' 현상을 생생하게 묘사
디턴 부부가 통계 데이터로 지적한 이상 사태를 보다 생생하게 그린 것이 J.D. 밴스의 **《힐빌리 엘레지: 위험에 처한 가족과 문화의 메모리》**입니다.
J.D. 밴스는 오하이오주 미들타운과 애팔래치아 산맥 지역인 켄터키주 잭슨에서 성장했으며, 불안정한 가정 환경에서 조모 밑에서 자랐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해병대에 입대하여 이라크 파병을 경험하고, 오하이오 주립대학, 예일 로스쿨을 거쳐 법률가가 되었습니다. 그는 2023년 오하이오주 상원의원에 당선되었고, 2025년 제2차 트럼프 정권의 부통령에 취임했습니다.
밴스는 자신의 반생을 적나라하게 기록한 이 책이 전미에서 300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합니다.
능력주의에 대한 백인 노동자 계층의 시각
밴스는 자신이 자라온 지역 주민들이 미국의 능력주의가 자신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느끼기 시작했을 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등장했다고 말합니다.
오바마의 완벽한 학력과 세련된 태도가 그들이 존경해 온 사람들과는 공통점이 전혀 없어 공포마저 느끼게 했다고 합니다.
오바마는 좋은 아버지이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며, 오바마는 정장을 입고 일하지만 우리는 작업복을 입는다는 괴리감을 느낍니다.
오바마의 아내가 아이들에게 주어서는 안 될 음식에 대해 주의를 환기하는 주장은 옳았지만, 그것이 옳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욱 그녀를 싫어하게 되었다고 밴스는 술회합니다. 이는 중산층에서 탈락한 백인 노동자 계층의 심리적 불안을 자극했습니다.
4. 기타 주요 내용
미국의 의료 제도 비판
디턴은 미국의 의료 제도가 업계와 정치가의 책략으로 필요 이상으로 고액화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의료 제도 개혁의 기운이 높아지기를 기대했지만, 그렇지 않았으며, 제약 회사가 '악역'에서 '영웅'처럼 대우받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습니다.
높은 비용을 지불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자선 단체(제약 회사가 지원)를 통해 보조하는 복잡한 시스템이 **'금빛 업계'**를 출현시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의 역사적 전환기
문서는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글로벌화, 정보 기술 혁명의 미국 통사(通史)의 제4기 속에서 '절망사'와 같은 병적 사태가 확산되었으며 , 트럼프 정권의 등장은 제4기의 노선 변경을 요구하는 제5기 시대의 시작일 수 있다는 과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