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과 자본』 소개문
김승국 지음 『주역과 자본』 (1⋅2⋅3권) (서울, 부크크, 2025)
『주역과 자본』은 『주역(周易)』과 마르크스(Marx)의 『자본론(Das Kapital)』을 거울삼아 펴낸 저자의 최근 작품이다. 『주역』은 동양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경전이고, 『자본론(이하 ‘자본’)』은 서양에서 가장 난해한 저술이다. 난해한 지점에 진리가 숨어 있으므로, 이 지점에 도달하면 동서양 사상의 축도를 그릴 수 있다.
평화 연구가인 저자는 ‘평화’라는 잣대를 들고 축도를 그리기 위하여 『주역』⋅『자본』에서 폭력(Gewalt)의 요소를 찾는다. 『주역』⋅『자본』의 ‘Gewalt(독일어로 “게발트”라고 발음함)’를 넘어 평화로 나아간다.
저자가 보기에 주역은 평화를 노래하는 경전, 즉 평화경(平和經)이다. 평화의 눈으로 주역을 다시 해석함으로써 平和經의 논리를 정립한다. 평화의 시각으로 마르크스의 『자본』을 다시 해석한다. 여기에 폭력(Gewalt) 개념을 덧붙여 주역과 『자본』의 관계를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예나 지금이나 『주역』은 시대의 암호를 판독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경전이다. 마르크스의 『자본』 역시 자본주의의 암호를 해독하는데 유효한 저작이다. 『주역』과 『자본』은 ‘시대의 암호 풀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이 공통점을 평화의 담론으로 해석하는 지평이 열린다면 동서고금의 ‘평화창출 대안’을 마련하는 표준으로 삼을 수 있겠다.
서양의 평화 이론가로 유명한 요한 갈퉁(Johan Galtung)의 구조적 폭력론이 지닌 한계를 깨달은 저자는 동양사상(특히 주역)에서 대안을 찾아왔다. 『주역』의 암호 속에 숨겨져 있는 Gewalt-평화의 지평을 『자본』의 Gewalt-평화(Gewalt를 변증법적으로 지양한 평화)와 융합하면, 동서고금의 평화창출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믿으며 졸저를 출간했다.
요한 갈퉁의 구조적 폭력론 너머에 있는 <『주역』⋅『자본』의 평화 담론>의 열쇳말은 Gewalt(强權에 의한 사회구조⋅정치경제적 폭력)이다. 『주역』⋅『자본』을 넘나드는 Gewalt를 중심으로 졸저를 아래와 같이 소개한다.
1. 제1권
1) Gewalt의 개념 설명(20~28쪽)
2) 주역을 평화경으로 간주하는 저자의 관점을, 제2부의 주역 입문(29~186쪽)에서 제시한다.
3) 제3부에서는 주역과 『자본』의 평화 과정을 ‘전쟁’과 ‘평화’로 나누어 서술한다.(187~498쪽)
① 주역의 첫째 말씀인 “元亨利貞”(원형이정: 乾괘의 괘사)을 평화 지향적으로 해석한다.
② 『설괘전(說卦傳)』의 震☳괘에 평화의 진동자(振動子)가 있음을 논증한다.
③ 평화 지향적인 泰䷊괘와 평화에서 일탈하는 否䷋괘의 순환을 상징하는 주역의 십자가(359쪽)를 한반도에 적용하여 한반도의 분단구조를 분석한 「주역의 십자가에 매달린 한반도」를 제1권의 부제로 삼았다.
④ 탄허 스님의 통일 예언인 “6⋅6-7⋅7에 해방되고 3⋅3-4⋅4에 통일된다”를 주역으로 풀이하는 「주역의 평화적 이행 경로」를 게재하고, 그 연장선상에서 (否䷋괘~泰䷊괘의 평화적 이행에 따른) 「주역으로 풀이하는 한반도 평화통일」을 싣는다.
⑤ 위와 같은 주역의 평화 과정과 대비하기 위하여 『자본』의 평화 과정을 제1권의 맨 끝에 배치한다.
2. 제2권
① 주역 괘의 二爻(효)와 五爻가 상응하며 교여(交與)하는 ‘二五相應 是交與也’가 정치⋅사회경제적인 차원에서 인민의 것[res populi]이 됨을 ‘二五 共和’라고 부를 수 있는데, 二五 共和 속에 평화의 요소가 있음을 밝히는 부분이 제2부이다.(25~96쪽)
② 이러한 평화의 나비 효과를 (주역의 체계에 따라) 우화적으로 서술하는 부분이 제3부이다.(97~141쪽) 『장자(莊子)』에 胡蹀夢(호접몽: 莊子가 꿈속에서 훨훨 나는 나비가 됨)이 있다면, 『주역과 자본』에는 和蹀夢[화접몽: 이 땅의 평화지킴이들이 꿈 속에서 훨훨 나는 ‘평화의 나비’(和蹀)가 되어 평화통일의 나비 효과를 증진시킴]이 있다.
③ 드디어 주역의 Gewalt에 접근한다. 『계사전(繫辭傳)』의 첫마디인 “天尊地卑(천존지비)”를 Gewalt의 개념으로 분석하며 陰陽의 差延(차연: 데리다의 'différance')을 분석하는 논문 16개를 142~267쪽에 올린 다음에, 주역의 Gewalt를 종합(268~315쪽)하고 이를 마르크스의 Gewalt와 비교한다.(316~360쪽)
④ 위의 비교 과정을 변증법으로 걸러낸다.(361~426쪽) 주역의 對待(대대) 관계와 헤겔⋅마르크스의 변증법을 雙照(쌍조)한다.
3. 제3권
① 주역과 『자본』의 상통(相通)을 쉽게 이해하기 위하여 ‘밥-일-物의 3자 관계’를 기술한다.(26~288쪽) 주역에는 『자본』의 노동 개념은 없지만 일을 표상하는 말씀(元亨利貞의 “貞”)이 있으며 『설괘전』의 坎☵괘에 ‘勞’가 있는데 착안하여 주역의 ‘일’과 『자본』의 노동을 엮는다.
② 『설괘전』의 물상(物象)을 비롯한 주역의 ‘物’과 『자본』의 物象化(물상화: reification/Versachlichung/Verdinglichung)-物神崇拜(물신숭배: fetishism/Fetischismus)를 견주면서(131~210쪽) 물질대사를 거론한데(211~221쪽) 이어 생태(生態)의 관점에서 『자본』⋅주역을 다시 읽는다.(222~237쪽)
③ 위와 같은 논지를, AI⋅로봇 중심의 ‘디지털(digital) Cyber 無人 전쟁’에 끌어들이며 군사 케인즈 주의와 마르크시즘의 군사론(생산양식과 전쟁양식/마르크스의 재생산 표식과 연동된 로자 룩셈부르크의 군수자본 재생산 표식)을 펼치는 「物象⋅物象化와 전쟁」(238~259쪽)을 게재한다.
④ “元亨利貞”의 ‘利貞’을 ‘占칠 때의 올바른(正) 利(이익)’으로 해석하는 주희(朱熹)⋅정약용의 관점을 중심으로 주역의 利와 『자본』의 利를 비교하면서 ‘평화 이익’을 내온다.(289~358쪽)
⑤ 졸저의 모든 논의를 총괄하는 뜻에서 <『주역』과 『자본』의 만남>을 제3권의 맨 마지막에 배치한다.(359~467쪽) 이 부분에서 중요한 점은, ‘『주역』과 『자본』의 가치 연환(連環)’에 관한 세 편의 논문이다.
저자가 정약용의 『주역사전(周易四箋)』에 많이 의존하므로, 『주역』과 『자본』의 만남을 인물 중심으로 말하면 정약용과 마르크스(『자본』의 저자)의 만남으로 좁혀진다. (김승국 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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