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20 지역단체의 소소한 모임이야기(23) - 늘품협동조합
발달장애인과함께하는 늘품협동조합이 있다.
처음 연락받은 것은 아이들이 직업적 일자리가 필요한데 바리스타 수업이 기능한지였다. 아프리카에서 귀국해 남양주시 수동면에 위치한 착한책방카페에서 바리스타 교육을 한참 이어가고 있을 때였다. 그때 1기 수료식을 위해 작은음악회를 열었는데 마침 그 자리에 참석해 얼굴을 익힌 사이가 되었다. 그러니까 사실 사람을 안다는 것은 그 사람의 첫인상부터 시작된다. 그때 나의 이미지는 커피내리는 남자, 이순이 늘품협동조합 이사장님은 커피매니아인 동시에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은 바리스타 교육으로 이어졌다.
바리스타2급과정으로 핸드드립, 원두의 다양한 맛 구별 및 체험, 홈로스팅, 에스프레소머신 사용법 및 라떼아트, 매장실습 등 총 6회 기준 1~2회 추가교육을 진행했었다.
늘 그렇지만 사람은 보통 목적을 두고 만나는데 둘 사이의 첫 만남은 목적보다는 어떻게 하면 희망이 없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였다. 늘품협동조합은 발달장애인을 둔 부모님들의 모임이다. 평생 짐을 지고 살아가야 하는 부담감, 아이들에게 적절한 일자리라도 생기면 좋겠다는 바램들이 이어져 지금까지 단체가 유지되어 왔다.
바리스타 교육을 마치고 바리스타 2급 자격증을 받았던 부모와 아이들이 일일찻집을 열었던 것이 벌써 1년 전이다. 그리고 그 이후 교육받은 이중 한 분은 커피숍을 열었다는 말을 들었다. 중요한 것은 사람은 혜택받고 도움받을 때와 막상 자신의 것을 내어놓아야 하는 순간의 갈림길에서 늘 고민하는 존재다.
내가 더 많이 챙겨갈수록 그 빈자리는 나눔의 빈곤으로 채워진다. 그렇지 않기 위해 오늘도 부단히 노력해 보게 하는 곳이다. 나보다 못한 환경에 있는 사람들을 향한 작은 몸부림들이 어떤 이에게는 태양보다 뜨거운 희망이 된다는 것을 인식하게 하는 곳이다.
그동안 부단히 노력해 왔지만 역부족인 부분이 있다.
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하고 알리고 후원받는 즐거움의 부족이다.
후원이란 두가지가 있다. 물질적 후원 그리고 정신적 후원이다.
사람들이 보통 좋아하는 것은 물질적 후원이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과거를 돌아보면 나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은 나를 지지해 주고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응원해 주었던 사람들의 마음이었다.
돈은 후원받고 어딘가 쓰고 나면 기억에 남지 않았다. 그런데 응원의 손길을 보내주었던 사람들은 내 기억속 한 쪽에 웅크리고 늘 존재하고 있다. 그 기억이 내일을 살아가야 하는 용기를 주었고, 삶의 자양분이 되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할 때 가장 가까이에 있던 돌보지 못했던 사람들은 나태해진 마음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곤 한다. 요즘 로스팅 한 원두 나눔프로젝트를 함께 하고 있다. 앞으로 내일의 정신적 부유함을 함께 꿈꾸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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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묵자흑 근주자적
검은 물감을 만지는 사람은 검은 물이 들기 마련이고, 빨간 물감을 가까이 해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피하려고 해도 그 자리를 물러서지 않는 이상 물감이 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사람인 이상 주위로부터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면, 좋은 곳을 찾아가면 되는 것이다. 바로 마중지봉의 지혜다. 곧게 자라는 심밭에서 자라면 구불구불 자라는 쑥도 곧고 바르게 자란다는 뜻인데, 사람도 마찬가지다. 바른 사람, 올바른 인재 곁에 있으면 나 자신도 바르게 될 수 있다.
공부란 모자람에 물들지 않는 분별을 익히는 것이 아니다. 물들고 싶은 사람이 되도록 스스로를 닦는 노력이다. p 66,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