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군사개입과 기후위기
미국의 군사개입은 기후위기와 관련해서 세 가지 중요한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첫째, 군산 복합체(軍産 複合體)는 ‘녹색안보’를 내세워 미국이 군사개입을 한 나라들에 대해 재생 에너지, 바이오 연료, 전기차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이런 투자는 시민적 감시와 공적 논쟁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에 더욱 위험하다.
둘째, 미국의 군사개입은 해당 지역에서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의 이산화탄소 배출로 이어졌다. 예를 들어 이라크 전쟁(2003~2011) 기간에 초기 4년 동안 발생했던 이산화탄소는 물경 1억 4,100만 톤에 달했다. 이는 139개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맞먹었다고 하니, 미국의 군사개입이 기후위기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중대한지를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군산 복합체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화석연료 에너지를 사용하는 단일 집단에 해당한다. 이는 100개국보다 더 많이 사용하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 해군은 하루에 석유 80만 배럴을 사용했다. 이를 통해 이 나라에 20년간 주둔했던 미군의 에너지 사용량이 어느 정도 규모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에너지를 문명적 관점에서 탐구하는, 캐나다의 석학 바츨라프 스밀(Vaclav Smil)은 『에너지와 문명: 역사』에서 전쟁은 화석연료에 의한 에너지 사용을 한없이 극대화한다고 경고했다. 이렇게 볼 때, 기후위기에 관한 세계 정상회의와 국제 협약들은 미국이 실행해 온, 어떤 나라의 통제도 받지 않는, 기후위기의 군사화 전략 앞에서 얼마나 무력한지를 잘 보여 준다. (크뤼천 외 지음, 김용우 외 옮김 『인류세와 기후위기의 대가속』 43~44쪽.)